저녁 운동을 하면 잠이 안 온다는 말, 사실일까

퇴근하고 나서야 운동할 시간이 나는 사람은 늘 이런 말을 듣는다. 저녁에 운동하면 몸이 각성돼서 잠을 못 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 운동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은 얼마나 맞을까.

정말 잠을 방해할까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쪽이 최근 연구의 결론이다. 저녁 운동과 수면의 관계를 정리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저녁에 하는 운동이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깊은 잠을 늘리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취침 1시간 안쪽에 하는 격렬한 운동은 잠드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어서 예외로 보았다.

이유는 체온과 각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운동하면 체온과 심박이 오르고 신경이 각성되는데, 이 상태가 가라앉는 데 보통 1~2시간 정도 걸린다. 운동을 일찍 끝내면 그 사이에 몸이 식으면서 졸음이 오기 좋은 상태가 된다.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평소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 불면증으로 치료 중인 사람은 같은 운동이라도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을 수 있다. 격한 인터벌 운동이나 고중량 운동을 밤늦게 하면 심박이 한동안 높게 유지되어 잠이 달아나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운동 전에 먹는 것이다. 운동 보조 음료나 에너지 음료에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운동 때문이 아니라 카페인 때문에 잠이 안 오는 것일 수 있다. 헬스장의 밝은 조명도 멜라토닌 분비를 늦춘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저녁에 운동한다면 이렇게

  • 격렬한 운동은 잠자리에 들기 최소 1~2시간 전에 끝낸다.
  • 취침 직전에는 걷기, 가벼운 스트레칭, 요가처럼 강도가 낮은 운동을 고른다.
  • 운동 후에는 미지근한 샤워로 땀을 씻고 체온이 서서히 내려가게 한다.
  • 늦은 밤에는 카페인이 든 음료를 피하고 물이나 보리차를 마신다.

운동 직후에 너무 배가 고파 많이 먹으면 소화 때문에 잠이 얕아질 수 있으니 가벼운 간식 정도로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잠이 안 올 때 점검할 것

저녁 운동을 시작한 뒤 잠이 안 온다고 느낀다면 운동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당겨 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운동 강도를 낮춰서 비교해 보자. 며칠간 운동 시간과 잠든 시각을 적어 두면 내 몸에 맞는 기준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수면에 더 나쁘다는 점이다. 낮에 시간이 없어서 저녁에만 가능하다면 포기하지 말고 시간과 강도를 조절해서 이어 가는 편이 낫다. 잠드는 데 3주 넘게 어려움이 이어진다면 수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운동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같은 저녁 운동이라도 종류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다르다. 걷기, 가벼운 조깅, 수영, 요가나 스트레칭은 심박을 크게 올리지 않아 잠자리 가까운 시간에 해도 부담이 적다. 반대로 고강도 인터벌 훈련, 무거운 중량을 드는 근력 운동, 경쟁이 있는 구기 종목은 교감신경을 강하게 자극해서 끝난 뒤에도 흥분이 오래 가는 편이다.

근력 운동은 이른 저녁에, 늦은 밤에는 요가나 스트레칭 위주로 나누어 하는 방법도 있다. 퇴근 후 바로 운동하고 저녁을 먹는 순서가 가능하다면 운동으로 체온이 올랐다 내려오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식사 후 졸음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규칙적인 운동 자체가 잠드는 시간을 줄이고 깊은 잠을 늘린다는 연구가 많다. 처음 며칠은 몸이 적응하느라 오히려 뒤척일 수 있지만, 몇 주 꾸준히 하면 수면이 좋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은 본인의 수면 시각을 기준으로 취침 몇 시간 전을 계산해 운동 시간을 정하면 된다.

결국 저녁 운동이 문제인지 아닌지는 내 몸이 답을 준다. 운동 시간, 강도, 잠드는 시각을 며칠간 비교해 보고 잠을 해치지 않는 선을 찾으면 된다. 잘 맞는다면 저녁 운동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좋은 습관이 된다.

아침 운동과 저녁 운동 중 무엇이 더 좋은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침에는 햇빛을 쬐며 생체 리듬을 맞추는 이점이 있고, 저녁에는 하루 쌓인 긴장을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대보다 꾸준히 이어 가는 것이다. 내 생활 패턴에서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시간에 운동을 배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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