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에 마신 아메리카노 한 잔 때문에 밤 열두 시까지 눈이 말똥말똥했던 적이 있다면, 기분 탓이 아니다. 반대로 저녁에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둘 다 사실이다. 카페인이 몸에 머무는 시간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얼마나 오래 남나
카페인은 마신 뒤 30분에서 한 시간쯤 지나면 혈중 농도가 가장 높아진다. 몸에서 절반이 빠져나가는 데는 평균 5시간 안팎이 걸리는데, 이 시간이 3시간인 사람도 있고 7시간이 넘는 사람도 있다.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 복용 중인 약, 임신 여부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평균으로 계산하면 오후 3시에 마신 커피의 카페인 절반이 밤 8시에도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정도 양이 잠드는 시간을 늦추거나 깊은 잠을 얕게 만들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 카페인 400밀리그램(아메리카노 3~4잔 분량)을 먹은 사람들의 수면 시간이 한 시간가량 줄었다. 잠드는 데 문제가 없었던 사람도 수면의 질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같은 한 잔인데 왜 사람마다 다를까
우리 몸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졸음 물질(아데노신)이 쌓이고, 카페인은 이 물질이 작용하는 자리를 막아 졸음을 못 느끼게 한다. 졸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느끼지 못하게 가린 것에 가깝다. 그래서 커피 효과가 떨어지면 쌓여 있던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한다.
분해 속도를 가르는 요인도 여러 가지다. 유전적으로 카페인을 빨리 분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린 사람이 있고, 경구 피임약을 먹는 사람이나 임신 중인 사람은 분해가 느려져 카페인이 더 오래 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흡연자는 분해가 빨라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양의 카페인에 수면이 더 쉽게 방해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친구는 저녁에 마셔도 잘 자는데 나는 왜”라는 의문은 체질 차이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시까지 괜찮을까
정답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는 시간의 6시간 전, 잠이 예민한 사람은 8~10시간 전부터 카페인을 줄이라고 한다. 밤 11시에 자는 사람이라면 오후 2시에서 3시가 대략의 마감선이다.
내 기준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주일쯤 마지막 커피를 마신 시각과 그날 잠드는 데 걸린 시간, 아침 컨디션을 메모해 본다. 마감 시각을 두 시간 앞당긴 주와 비교하면 내 몸에 맞는 선이 보인다.
줄이고 싶을 때 현실적인 방법
갑자기 끊기보다 단계적으로 줄이는 쪽이 실패가 적다. 첫째, 오후 마감 시각을 한 시간씩 앞당긴다. 둘째, 큰 잔 대신 작은 잔을 쓰거나 샷을 하나 줄인다. 셋째, 원두 커피와 디카페인 원두를 반반 섞어 마신다. 넷째, 커피를 마시던 습관 자체가 “쉬는 시간”이었다면 같은 시간에 따뜻한 보리차나 허브차로 바꿔 본다. 이렇게 2주쯤 하면 두통이 오는 사람도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만 조심하면 될까
카페인은 생각보다 여러 곳에 숨어 있다.
- 녹차, 홍차, 콜라, 에너지 음료
- 초콜릿, 특히 카카오 함량이 높은 것
- 일부 두통약과 감기약 성분
- 디카페인 커피도 완전히 0은 아니다. 소량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을 400밀리그램 이하, 임산부는 300밀리그램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킬로그램당 2.5밀리그램 이하로 안내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거나 속이 쓰린 증상이 커피 뒤에 생긴다면 총량을 줄이는 편이 좋다. 하루 만에 끊으면 두통과 피로가 올 수 있으니 1~2주에 걸쳐 조금씩 줄이자.
오후에 졸음이 몰려올 때는 커피 대신 10분 걷기나 찬물 세수, 창문 열고 환기하기도 의외로 잘 듣는다. 잠이 모자라서 커피로 버티는 날이 반복되면 밤잠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커피보다 먼저 일정한 기상 시각을 지키는 것이 결국 더 효과적이다.
주말에 늦잠을 자려고 커피를 더 마시는 패턴도 주의할 만하다. 평일에 쌓인 수면 부족을 주말 낮 시간 카페인으로 버티면 일요일 밤 잠이 또 어긋나고, 월요일 아침이 더 힘들어진다. 평일과 주말의 기상 시각 차이를 한 시간 안쪽으로 줄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부정맥, 고혈압, 불안장애로 치료 중이거나 수면제를 먹고 있다면 카페인 섭취량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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